1. 이게 맞나..

갤럭시워치에 찍힌 걸음 수가 4만보를 넘었을 때부터 발구락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관절 마디마디들도 비명을 질러대고,
영하의 칼바람은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계속 본능적으로 외치게 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몸만 힘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강의에서 자음과 모음님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낯설어서 어려울 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다보면 내 이름으로 된 등기가 생간다.'
이 고생이 나중에 내 자신이 되기를 바라며,
자전거도, 킥보드도 아닌 오직 두 발로 꾹꾹 걸어담아야만 보이는 것들을 찾기 위해,
징하게도 걸었다.
2. 머리가 아닌 발로 하는 공부

슬램덩크 강백호가 '슛 연습 20000번'이라는 미션을 해내면서 진정한 '바스켓맨'으로 거듭난 것처럼,
나 또한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임장'을 통한 '앞마당 만들기'였다.
'임장'이 없이는 '앞마당'도 없고, 투자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투자를 못 했던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앞마당이 없어서였다.
대전 유성구를 걸으며 사람들의 표정, 동네 분위기, 아파트 단지의 울타리 냄새(?)까지 맡고 나니
이런게 '임장'이구나. 이렇게 '앞마당'이라는 걸 만들어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따.
3. 뇌피셜 vs 오피셜
확실히 지도로 보는 것과 직접 걸으며 보는 건 천지 차이다.
임장 전 루트를 짤 때 생각했던 이미지와
직접 걸으면서 느낀 것들은 많이 달랐다.
그리고 아직은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본 부분들도 많았다.
조원들과 함께 걷고 대화하며
새롭게 알게 된 것,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도 있었다.
광주에 돌아와
임장했떤 내용과 데이터들을 정리하며 순위를 매겨보니,
임장 중간에 생각했던 순위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혼자 임장했다면 아마 그대로였을 것 같은데 말이다.
처음에 봤던 관평 생활권은 상권이나 아파트들이 '꽤 좋네'라고 쉽게 판단했었는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그리고 조원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때 길을 걸으며 봤던 공단과 거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들이 생각나
순위를 하위권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따.
엄청나게 길게 단지가 이어져있던 구축 아파트(열매마을) 생활권인 노은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안 좋게 평가했었는데
(조원분들이 말씀해주신 객관적인 판단기준, 새로운 관점 등을 통해)
1단지에서 10단지로 갈수록 점점 더 상권도 좋아지고 환경도 좋아졌던게 떠오르면서
높은 순위로 변경하였다.
직접 걷고, 쓰고, 비교하니까 "아, 사람들은 이런 곳에 살고 싶어 하겠구나."하는
투자자의 눈이 조금은 뜨이는 것 같았다.
4. 나를 위해 복기하는 영하의 임장, 생존 꿀팁

당장 주말에 또 눈이 오는데 임장을 가야하는 관계로 겨울철 임장 방법에 대해 복기한다.
① 레이어드 복장은 생존과 직결된다.
몰아친 한파주의보에 레이어드 4겹은 풋내기의 자세였다.
이번주는 보온 효과가 있는 옷들로 5겹 간다. 방수 부츠도 필수.
② 터치 장갑이 없으면 기록도 없다.
사진 찍어야 하는데 장갑 꼈다 벗었다 하다보면 손이 언다.
빨갛게.. 점점.. 파랗게 변해간다.
③ 보조배터리는 임장을 살린다.
만약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다.
무겁더라도 용량 빵빵한 게 우선! 케이블 상태도 꼭 확인!
5. 비관 러버, 프로 걱정러 은퇴식
자음과모음님이 "낙관적인 사람이 투자도 잘한다"라고 하셨는데,
나는 낙관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비관 러버라서.. 좀 뜨끔했다.
'프로 걱정러' 레벨 만렙을 향해 가던 나였기에..

이번에 임장을 하고 걸으면서, 동료들과 함께 하며,
조모임을 하며, 보고서를 쓰며 마음을 먹었따.
이제 걱정은 끄고, One Thing을 켜기로.
2026년 6월, 내 이름이 박힌 등기를 칠 때까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걷고 실행하는 투자자가 되리라.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혼자였으면 입도 벙긋 못하고 얼어버렸을 텐데.
2027년 1월의 나, 보고 있나? 나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산다. 지금의 너도 그렇지? 파이팅하자!